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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살 감기인 줄 알았는데 항문농양&치루여서 당일 수술한 후기
    일상 2021. 11. 7. 23:34

    ※사전경고 : 항문농양과 치루에 대한 정보성 후기로 비위가 약하시면 뒤로가기

    - 정보가 필요하면 아주아주 기니 맨 밑의 요약을 보시길! -

     

    11월 1일(월) - 월요일이라 기분전환을 위해 예쁘게 차려입고 수업에 갔는데 날이 예상보다 너무 추웠다. 오한이 들고 머리가 너무 아팠는데 가벼운 감기라고 생각하고 타이레놀을 먹었다. 룸메가 병원에 가보라고 했지만 그냥 버텨보자 생각했다. 이때 갔어야 했는데...

     

    11월 2일(화) - 타이레놀을 먹고 있는데도 열이 계속 나고 집중이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엉덩이에서 이물감이 살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토요일에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그냥 버텼다.

     

    11월 3일(수) - 계속 오한이 들고 식은땀이 나고 엉덩이 사이 이물감이 심해서 걷는데 불편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때 깨달았다. 지금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걸...

    증상을 검색 하다가 급성농양과 굉장히 흡사함을 알아버렸다. 진짜 이 글 써주신분이 내 은인이다. 나도 내 글을 보고 항문외과 미루시던 분들이 바로 병원가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 쓴다.

    출처 : https://blog.naver.com/dog678/222405738737

     

    그 외에도 대부분의 후기글을 찾아보며 엄청나게 쫄았지만 증상이 정확히 일치해서 나는 수술해야된다는 확신이 들었다. 수술을 싫어하기는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 이 고통을 벗어날 수 있다면 차라리 빨리 수술을 해버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고열의 몸살감기 + 항문 사이에 골프공이 실수로 들어간듯한 고통이었다.

     

    당일 수술을 했다는 글들이 많아 내일 바로 수술을 받고 싶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항문외과인 사당 대항병원과 집에서 그나마 가까운 강서 봄날의외과에 예약신청을 해두었다.

     

    대항병원은 EBS 명의에 출연하신 분이 계신데다 워낙 유명한 병원이라 그쪽으로 가고 싶긴했는데 3주나 기다렸다는 후기가 있어서 어려울거라 예상했다. 강서구에도 여러 곳이 있었는데 봄날의외과를 선택한 이유는 두 개였다. 우선 네이버 리뷰 후기가 설명을 잘해주시고 친절하다는 내용이 있었고 담당 원장님이 올해 항문농양 및 치루 관련 논문을 발표하셨다. 이 분야에 관심을 두고 전문성을 가지고 계신거 같아 좋았다.

     

    (어렸을때 무한도전에서 노홍철님 치루로 놀림받을때 많이 웃었는데 나에게도 치루가 찾아왔다. 조금만 웃을걸...후회하며 잠에 들었다.)

     

    11월 4일(목/수술당일) -  대항병원은 전산오류로 재신청을 해달라는 문자가 왔고 봄날의외과에서는 영업시작 3분만에 바로 전화가 왔다. 예약이 꽉차서 와서 대기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 나는 이미 병원으로 가고 있었다. 너무 무계획이긴한데 너무 아파서 그냥 병원에라도 가서 앉아있고 싶었다. 그런데 30분도 기다리지 않아 바로 원장님 진료를 받고 그날 오후 수술이 결정되었다. 후기를 보니 당일 수술을 진행한 경우가 많았는데 나중에 간호사님께 들어보니 내가 운이 좋은 경우라고 했다. 

     

     

    조금 자세히 말하자면 최병서 원장님께 진료를 받았는데 항문농양이 맞았고 초음파를 해보니 깊은 위치에 있어 척추마취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항문농양이 1cm정도인데 아주 큰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작은것도 아니라며, 항문농양은 하루만에도 악화되어서 오는 환자가 많아서 바로 치료를 권한다고 했다.  금요일에는 작은 사이즈였는데 토요일에 굉장히 커진 환자의 초음파 사진을 봤는데 내가 3일만에 상태가 굉장히 악화된걸 몸으로 직접 느꼈기 때문에 바로 수술하겠다고 했다. 만약 수술을 하다 치루도 있으면 같이 치료한다고 해주셨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모두 PPT를 가지고 항문농양이 뭔지, 치루가 뭔지, 어떻게 수술하는지 등에 대해서 굉장히 꼼꼼하게 설명해주셨다. 그중 가장 걱정되었던건 척추마취였다. 처음해보는 마취인데다 이 마취를 하고 나서 고개를 들면 압력때문에 뇌척수액이 빠져나가면서 두통약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강력한 두통이 온다고 한다. 그래서 8시간동안 절대 고개를 들면 안된다고 하는데 이게 진짜 걱정이었고 실제로도 수술보다 더 큰 고통이었다.

     

    그리고 사실 어제 검색으로 항문농양, 치루, 치질의 원인, 수술 과정과 회복과정 등을 거의 다 알고 가서 대부분 아는 내용이긴 했지만 하루가 진료와 수술로 꽉 찬 원장님이 이렇게 꼼꼼하게 설명해주신다는 것에 놀랐다. 1.5배속으로 엄청 빠르게 설명해주시긴하는데 열정적인 의사선생님을 눈으로 확인하니 안심이 되었다. 

     

     

    오전 10시반쯤에 오후 4시로 수술시간이 잡혔고 피를 뽑고, 항생제 등을 처방받아 우선 집으로 돌아왔다. 코로나인지라 면회는 불가능하다. 어차피 혼자서 수술받을 생각이었기에 척추마취 후 8시간을 버티기 위한 핸드폰 거치대와 수면양말, 슬리퍼, 스킨로션 등을 챙겼다.

     

    입고온 옷을 보관하게 병원에서 제공해주는 가방

     

    3시반쯤에 병원에 도착해서 엑스레이, 혈압, 심전도, 항생제 반응 등 여러검사를 했다. 그런데 사전에 고지받았던 2인실이 아닌 1인실 밖에 없다고 했다. 13만원을 추가로 결제해야한다고 해서 조금 불쾌했다. 그래도 당일에 수술을 받고 싶어서 결제했다.

     

    강아지 배변패드를 내가 깔게되다니...이거 보는 순간 인생에 대한 회한이 좀 몰려왔음.

     

    병실은 깔끔했다. 개인 화장실은 기본이고 공기청정기, 냉장고, 에어컨, 전기장판, tv, 세면도구 키트, 수건, 잡지 등이 있었다. 그런데 수술일정을 꽤 서두르셔서 정신없이 검사를 진행하고 링거를 놓고 후다닥 핸드폰 거치대와 충전기를 설치했다.

     

    병실 바로 몇 걸음 앞에 수술실이 있어서 바로 간호사님과 수술실 앞으로 걸어갔다. 내 머리에 망같은걸 씌워주시고 수술실로 들어가니 엄청엄청 긴장이 되었는데, 천장 구석에 스피커에서 노래가 흘러나왔다. 90년대 노래 같긴 했는데 긴장을 너무해서 기억이 안난다.

     

    긴장한게 티가 나서인지 마취과 선생님이 수술이력을 가지고 웃으면서 말을 걸어주셨다. 수술대에 누워서 배로 숨을 들이쉬고 등을 최대한 뽑으라는데 자세를 잡는 남자 간호사분이 링거가 놓인 손목 부분을 너무 툭툭 다루고 그쪽을 몸으로 세게 눌러서 자세잡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최대한 긴장하지 않으려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척추마취 주사는 3번 정도 놨다. 사실 별로 아프지 않아서 별로 기억에 없다. 손목에 맞는 링거가 훨씬 아팠다. 마취를 하고 엎드리니 바로 발가락이 저릿저릿했고 마취가 잘 되었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리고 재워주신다고 하고 그 후로는 내가 침대에 실려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기억삭제...

     

     

    수술 자체는 자느라 기억에 없는데 그 후 8시간이 제일 힘들었다.

     

    다리가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는게 생각보다 더 공포스러운 경험이었고 8시간동안 고개를 들지 못하는게 정말 너무너무너무 힘들었다. 코로나로 면회가 되지도 않았고 1인실이어서 다행이지 누가 옆에 있었으면 그냥 그 자체로 성질이 나서 더 힘들었을 거다. 잠도 안오는데 시간이 정말 안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천천히 다리가 풀려가면서 감각이 돌아왔는데 4시간쯤 지나자 골반이 뻐근한게 느껴졌고 침대에 계속 닿아있던 발꿈치가 정말 따가웠다. 감각이 돌아오면서 다리가 계속 저리는데 머리를 일으키지 못한다는게 정말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약도 안듣는다는 두통이 너무 무서워서 꾹참고 버텼다. 

     

    게다가 어제 밤 10시부터 진행한 금식+오전에 약 때문에 먹은 물 외에는 먹은데 없어 더 기력이 없었다. 8시간을 오기로 꾹꾹 버티고 간호사님께 요청해 받은 물. 이거 한 통을 원샷하고 얼마나 행복했는지...

     

    코로나 때문에 이후에는 이 병에 정수기 물을 담아먹어야 했다.

     

    그리고 나서는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져 잠을 잘 수 있었다. 이상하게 1시간마다 깨기는 했지만 그래도 잘때마다 푹 잤다는 느낌으로 깨서 핸드폰을 보고 다시 잤다. 아침 7시가 되자 간호사님이 본도시락을 가져다 주셨다. 그리고 8시에 원장님이 회진을 돌고 9시에 퇴원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사이 비치된 세면도구와 수건으로 가볍게 씻었다. 그리고 수술 후 주의사항이 적힌 종이와 4일간 먹을 약, 좌욕기, 방석을 가져다 주셨다. 병원 후기를 쓰는 종이도 있었는데 정말 열정적으로 썼다. 원장님과 간호사 선생님, 마취선생님까지 병원분들이 전부 친절하셔서 혼자 수술을 받는데도 힘들지 않았기 때문에!

     

    1개월동안 기본적인 스트레칭, 오래 걷기도 안되고 술, 설사유발 음식도 안된다...
    가져다주신 방석과 좌욕기. 좌욕은 하루 3번, 배변후에도 꼭 해줘야 한다.

     

    수술은 아주 잘되었고 항문농양과 약한 치루가 있어서 한 번에 수술했다고 한다. 세톤은 1~2주내로 자동으로 탈락된다고 한다. 식사, 좌욕과 주의사항등에 대해 추가 설명을 듣고 9시에 퇴원했다. 밥 때에 맞추어 일어나서 밥을 먹는것 빼고는 하루종일 잤는데, 의외로 통증이 거의 없어서 놀랐다. 세톤의 이물감은 좀 있기는 했다. 그래도 응꼬에서 칼이 나오는것 같다는 첫 배변도 피가 비친것 빼고는 괜찮았다.

     

    피와 고름은 4개월차까지는 계속 나올 수 있어서 생리대나 거즈를 계속 차고 있어야 하는데 6개월 이후에도 나오면 재발의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11월 5일(금) - 척추마취로 인한 두통은  2~3일차에 온다고 해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집에서만 생활했다. 두통이오면 수액을 맞으면 좀 나아지니 참지말고 바로 병원으로 달려오라고 해서 드릉드릉 갈 준비를 만반으로 마쳤지만 두통도, 수술부위 고통도 없었다. 약과 죽, 과일을 잘 챙겨먹었다. 좌욕도 피나 고름이 나오는 것 같으면 꼬박꼬박 해줬다.

     

     

    11월 6일(토) - 의외로 3일차에 피가 좀 많이 나오고 통증이 조금 있었다. 그럼에도 이정도는 이까짓게 고통이라고 할 수도 없는 정도. 그래도 무기력증처럼 계속 졸리고 배가 계속 고프다. 계속 잘 먹어주고 있다. 그런데 자꾸 배변을 설사로 본다. 설사가 나오면 안좋은것 같은데.

     

    11월 7일(일) - 고통없음. 세톤이 번거로워 빨리 빼고 싶다. 생리대를 계속 차고 있어 불편하다. 오늘도 설사를 했다. 

     

     

    내용요약

    1. 감기몸살인데 엉덩이에서 아주 미약하더라도 뭔가 이물감이 느껴진다? 바로 근처 항문외과 검색해서 가세요. 당신은 지금 응급수술이 필요합니다. 하루라도 미루지마세요. 진짜 큰일납니다. 개아픔 진짜.

    2. 강서구 주민이라면 봄날의외과 가세요. 진짜 최고최고...!

    3. 항문농양&치루 후기 써주신 분들 재발 없이 건강한 응꼬길 걸으세요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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